기후변화와 기업공시[성현 ESG스토리]

입력 2022-12-14 15:45   수정 2022-12-16 10:28

이 기사는 12월 14일 15: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우리는 그동안 먼 나라의 일로만 생각했던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한국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지켜봤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했고,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이 범람하고 침수피해가 발생하여 공장설립 이후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피해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수많은 고가의 차량이 침수되어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 건이 접수되었고, 포스코의 직접적인 피해 규모뿐만 아니라 전방산업인 가전. 자동차, 건물내장재 업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후변화와 관련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기후공시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기업이 미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추정하여 공시하게 한다면 투자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요구사항에 부응해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2021년 11월에 국제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를 설립하였고, 기후관련 공시기준을 포괄하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S1 일반요구사항, S2 기후 관련 공시)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공시기준에 대한 공개초안을 이미 발표했고, 전 세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곧 최종 기준을 공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앞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ESG 공시기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국내 산업 및 자본시장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따라 기업은 재무보고 이외의 어떤 공시를 추가로 해야 하는 것일까?

공개된 초안 중 기후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면 향후 기업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공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기업의 일반목적재무보고 이용자가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를 감독하고 관리하는데 사용하는 지배구조 과정, 통제 및 절차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정보
? 단기, 중기 및 장기에 걸쳐 기업의 사업모형, 전략 및 현금흐름, 기업의 자본조달에 대한 접근성 및 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될 수 있는 유의적인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와 기간의 설명
? 가치사슬을 포함하여 기업의 사업모형에 미치는 유의적인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공시
?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계획. 기업이 설정한 기후 관련 목표(탄소상쇄 사용에 관한 정보 포함)를 달성하는 방안에 대한 정보, 기존 자산에 대한 계획 및 주요 가정, 기업이 이전에 공시한 계획의 진척에 대한 양적 및 질적 정보
?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전략(사업모형 포함)의 회복력(resilience) 분석결과(기후 관련 시나리오 분석 또는 대체기법)

기존 재무정보 공시와 더불어 위와 같이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기업의 노출 관련 정보를 공시한다면 투자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이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기업은 그러한 위험에 잘 대응하고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와 같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정보가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검증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일반목적 재무보고의 이용자에게 더욱 유용한 정보제공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더욱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국제사회는 기업이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여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과학기반 탄소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인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로부터 7개의 기업만이 목표 승인을 받은 정도이고, 탄소측정에서도 Scope 3을 측정하고 있는 기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SBTi 탄소 감축 목표 승인의 경우 유럽이나 북미권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 나라 일본(303개 기업 승인)이나 중국(82개 기업 승인), 인도(43개 기업 승인)에 비해서도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지속가능성 공시 시대가 왔을 때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이에 대응할 수 있을지, 수출이나 투자유치에는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구촌 다른 나라들이 국제적인 기준에 발맞춰 기후와 관련한 위험과 기회를 적극적으로 공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공시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국제적인 신뢰도가 하락하고 수출과 투자유치 등의 대외 활동에서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우리나라의 역동성과 저력을 믿는다. 지금부터라도 국제적인 추세를 자세히 분석하고 공유하며, IT기술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시하는 데 노력을 다한다면 ESG는 우리 기업에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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